직접적이거나 간접적으로 도자기가 ‘빛나는’ 풍경 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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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R 아리타 역에서 택시로 5분 거리에 있는 갤러리 아리타는 ‘찻잔의 왕국’이다. 보유하고 있는 찻잔의 종류만 2000점, 동물의 왕국과도 비교할 수 있을 수준이다. 이곳에 들어온 이가 종업원에게 받는 질문은 이렇다. “손님, 어떤 찻잔에 드릴까요?” 이곳에 처음 들어선 순간 ‘제대로다’ 싶었다. 도자기를 주제로 한 여정에서 찻잔만 2000점이 넘는 테마 공간을 만났으니 꽃 본 나비처럼 만족스러웠다. 사람들은 2000점의 찻잔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잔을 골라 “여기에 주세요!” 하고 요구할 수 있다. 이 사랑스러운 공간은 찻잔 외에도 수천 점의 그릇과 컵, 식기 세트 또한 보유하고 있다. 물론 판매 가능한 것으로 사람들은 식기를 사기 위해서라도 이곳에 들른다. ‘상점에도 색깔이 있어야 한다’는 최근의 트렌드를 정확히 꿰뚫고 있는 이곳의 탄생 시점은 무려 20년 전. 색깔 있는 상점이 미처 태동하기도 전, 선구자적 발상과 실행으로 기분 좋은 나팔을 울렸다. 이곳의 사장인 유타카 구보타 Yutaka Kubota와의 인터뷰는 그래서 더욱 흥미로웠다. 2006년을 조용히 강타했던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인생수업>에 비유하건대 그의 말과 철학은 ‘도자기 경영 수업’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였다. 그가 이곳을 차리게 된 계기는 이렇다. “아버지의 직업이 도자기 상인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도자기를 보고 자랐으니 도자기는 내가 가장 잘 아는 상대였다. 경제학과를 졸업하자마자 도자기를 거래하는 도매 회사에 취직해 영업의 노하우를 배웠다. ![]() 1 2000여 점의 찻잔 중 최고가의 찻잔은 바로 이 것이다. 약 90만원. 2 희망하는 음료를 원하는 찻잔 세트에 담는 것은 이곳의 특권이다. 3, 4 두부 정식은 인근의 자연에서 채취한 야채와, 두유로 만들어 쫄깃쫄깃 고소하다. 그러던 어느 날 후쿠오카에 갔는데 원하는 찻잔에 커피를 담아주는 커피 전문점이 있더라. 이거다 싶었다.” 가격으로 환산하면 7억원이 넘는, 그저 새털만큼 많은 찻잔만을 구비해놓고 ‘이제 손님만 오면 된다’ 하지도 않았다. “우선 오직 저희 가게에만 있는 찻잔을 따로 제작했다. 컵 표면에 ‘꽃’이 돋을새김된 것인데 특수 유약 성분으로 구워 물이나 차가 ‘도르르’ 떨어지는 효과를 냈다. 도자기 장인에게 부탁해 단 한 점밖에 없는 ‘작품’ 또한 만들었다. 2000점의 찻잔 중 과연 어느 것이 가장 비쌀까? 하고 고민하는 손님들에게 확실한 이야깃거리를 제공하기 위함이었다.” ![]() 5 이곳에 오는 이는 누구라도 2000점의 찻잔에 ‘포위’된다. 6 맞다. 자기로 만든 넥타이다. 비싼 컵을 일부러 안쪽에 숨겨두지도 않는다. “이 집에서 가장 비싼 찻잔에 주세요~”하는 손님들이 의외로 많을뿐더러 자기에 대한 식견이 대단한 손님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반한 ‘경영 포인트’는 모든 음식을 이곳에서 판매하는 자기에 담아 서빙하는 점심 메뉴. 두부 정식과 스테이크 정식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데 두부 정식은 콩과 식물의 뿌리에서 추출한 특수 전분과 감자 전분을 섞어 그 질감이 마치 영양갱처럼 탄력적일 뿐만 아니라 맛 또한 고소하고, 스테이크는 최상급 등심만을 사용해 보들보들 부드럽고 담백하다. 주소 佐賀縣 西松浦郡 有田町 本町乙 3057번지 문의 (0955)42-3911, www.a-arita.comoctober ![]() 1 2007년 정해년을 맞아 ‘돼지 도기’를 만들고 있는 14대 장인, 나카자토. 2, 3 나카자토 타로에몽의 분위기는 웬만한 신사보다 화려하고 위압적이다. 4 번주에게 진상하는 도기를 빚어냈던 옛 가마터. 대담한 질박함, 나카자토 타로에몽 가라쓰 唐津 도자기 역시 그 뿌리가 임진왜란이다. 규슈 지역을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배치됐던 조선 도공들은 아리타 인근의 가라쓰에까지 압송, 혼을 담은 도자기를 만들었다. 나카자토 타로에몽 中里太郞右衛門은 그러한 역사를 대변하는, 가라쓰 최고의 가마다. 겐에몽, 가키에몽, 이마에몽이 아리타 도자기의 3대 명문가라면 나카자토 타로에몽은 비교 불가능한 가라쓰 도자기의 지존이다. 지금의 장인인 나카자토 Nakazato가 14대 주인이니 400년에 가까운 전통을 갖고 있는 셈이다. ‘뿌리 깊은 나무’의 선인들은 이곳에서 번주와 수장을 위한 진상품을 만들었다. 유서 깊은 가문의 내ㆍ외관은 차가우리만큼 날카롭게 디자인되어 있다. 한 치, 두 치의 꼼꼼하고 치밀한 설계 아래 구획된 공간, 정원의 소나무는 완벽하게 다듬어져 있고 사각형의 연못에는 느린 헤엄을 치는 살찐 잉어가 산다. 웅장하고 위압적인 공간에서 빚어지는 도자기는 아리타 도자기와는 완전히 다르다. 아리타 도자기가 순연하고 잔잔한 느낌이라면, 이곳의 도자기는 남성의 근육처럼 투박하고 대담하며 활기차다. 질감 역시 얇고 부드러운 것 대신 굵고 강한 것이 많아 아리타 도자기와는 전혀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이는 도기와 자기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이기도 하다. 아리타 도자기가 대부분 자기인 반면 타로에몽에서 만드는 작품은 우리나라 말로 ‘질그릇’에 해당되는 도기인 경우가 많다. 반질반질한 맛은 없되 훨씬 질박하고 거친 느낌을 얻을 수 있으니 자기보다 도기를 선호하는 이들도 많다. 14대 장인인 나카자토는 말한다. “가라쓰는 본래 자기보다 도기를 더 많이 굽는 마을이었다. 그런데 진상품으로 자기가 큰 인기를 끌면서 도기를 굽던 가마는 하나둘 자기를 굽는 가마로 변화했다. ![]() 5 촬영 후기를 공개하자면 이렇다. 이 작은 꽃대가 그려진 도기의 제품은 수백 만원에 이른다. 이 도기를 동백나무 밑에 옮겨 놓기 위해 다섯 번 이상의 ‘스미마셍’이 필요했다. 6 13대 장인이 빚은 이 물고기 모양의 도기 가격은 ‘미상’. 나의 할아버지는 이러한 변화를 거부하고 도기의 부흥을 이끈 사람이다. 자기의 ‘얼굴’에는 어지간해서 ‘감정’이 살아나지 않지만 투박한 도기는 유약의 변화 등에 따라 하나하나 자신만의 ‘표정’이 살아 있다. ” 그가 언급한 12대 장인은 살아생전 인간 국보로 지정되었으며, 그의 작품은 ‘가격 미상’이란 가격표를 달고 세상에 거래된다. 또한 그의 아들이고 손자인 13대, 14대 장인의 작품 역시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