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나무가 낳고 햇볕이 기른 연둣빛 기와집으로 초대합니다
다솜엄마
2007. 3. 17. 01:02
테마가 있는 집 부암동 라푼젤 스튜디오
“여기 혹시 카페예요?” 부부의 보금자리를 찾는 사람들이 던지는 첫 마디란다. 그도 그럴 것이 후덕한 시골집을 연상시킨 외관과 달리 집안은 여느 가정집과는 사뭇 다르다. ‘건축하는 남자’와 ‘요리하는 여자’가 산다더니, 마치 벼랑 끝에 핀 꽃마냥 실험적인 건축양식에 그릇과 요리 도구들이 절묘하게 얹혀있는 모양새다. 부암동 라푼젤 스튜디오로 알려진 이곳은 건축가 원희연(34, 건축연구소 ‘녹’ 소장)씨가 푸드코디네이터 송혜경(34)씨와의 결혼을 앞두고 손수 리모델링한 신혼집이자 요리 스튜디오다. 그 시작은 둘만의 독특한 데이트였다.
“데이트 삼아 시간 날 때면 둘이 골목길을 돌아다녔어요. 안 가본 골짜기가 없을 거예요.” 여기엔 ‘터를 찾아 다니는 게 취미’라는 건축가 남편의 이색 취미도 한몫을 했다. 원씨의 터잡기에는 산 자락은 끼고 있나, 절묘한 곳에 위치하나 등 몇 가지 기준이 등장하는데, 이곳이 그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시킨 집이다. 한눈에 반해 퇴근 후 내리 일주일을 찾았을 정도.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은 두 말할 것 없이 인왕산을 내집 정원처럼 만끽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부부는 리모델링을 시작하면서 좀더 자연을 즐기기로 맘먹었다. 산쪽으로 막혀있던 거실 벽을 허물고 통창을 달아 인왕산 봉우리를 언제고 바라보게 했고, 부부 방 창문에서 바라보는 황매화 과수원의 풍광을 감상하고자 약간의 추위를 무릅쓰고 원래 붙어있던 불투명 이중창도 포기했다. 방 1개, 욕실 1개를 남겨두고 집안 칸칸히 막혀있던 공간을 모두 훌쩍 터버린 것도 이 집의 특징. 대신 커다란 부엌과 거실이 생겼다.
하드웨어뿐만 아니다. 살림살이들도 ‘자연’으로 바뀐 지 오래. “나도 모르게 어느 날 보면 바뀌어 있더라”는 송씨의 말처럼 냉장고 손잡이부터 냄비 손잡이, 포크와 칼 손잡이, 수납장 손잡이까지 집안의 모든 손잡이는 여기저기서 주워온 나뭇가지로 바뀐 지 오래다. 이 집에선 오히려 새것을 찾기란 쉽지 않다. 송씨가 시집올 때 유일하게 해왔다는 세탁기가 제일 신참이겠다. 모두가 한껏 세월을 머금고 있으니, 이 집의 나이는 셀래야 셀 수가 없다.
안팎이 자연으로 돌돌 뭉쳐있으니, 이들 부부를 부러워하는 이웃이나 친구들도 많다. 종종 파티공간으로 집을 내주는 일도 벌어진다. 하루 이틀이 아니고 부부처럼 이곳에서 몇 년이고 살 작정이라면 어느 정도의 용기가 필요하다. 칠흙 같은 어두운 밤의 고요함과, 장마철 바로 옆 개울가에서 콸콸 흐르는 물소리, 겨울이면 아랫동네보다 평균 -2℃ 낮은 추위까지… 자연이 주는 또 다른 혜택을 감수할 용기가 있다면 말이다
안주인인 송혜경씨의 상냥한 안내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보금자리를 찾기까지 무려 세 차례의 통화가 필요했다. 작정하고 산을 타는 양, 자하문터널 위쪽으로 인왕산 꼭대기를 향한 5분 간의 곡예 운전이 끝난 뒤에야 마중 나온 건축가 원희연씨의 넓죽한 손을 잡을 수 있었다. ‘이 높은 산자락 끄트머리에 그렇게 멋진 집이 있을까?’하는 의문도 잠시. 연두색 기와지붕과 굴뚝을 타고 춤추듯 하늘 위로 올라오는 연기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 저 앞치에 송혜경씨와 부부가 키우는 개 응삼이와 누렁이가 꼬리를 흔들며 도심 손님들을 맞이했다.
▲ 부부의 겨울 한낮 풍경. 난로에서는 고구가마 익어가고, 주인 품안에서는 누렁이가 놀고 있다.
넓은 인왕산 자락이 앞뜰이 되고, 뒤뜰이 되고
![]() |
▲ 인왕산을 마주하고 있는 부암동 라푼젤 스튜디오. 봄이면 알록달록한 들꽃, 여름이면 초록숲, 가을이면 황금 낙엽, 겨울이면 하얀 눈을 가장 가까이서 맞는다. |
“데이트 삼아 시간 날 때면 둘이 골목길을 돌아다녔어요. 안 가본 골짜기가 없을 거예요.” 여기엔 ‘터를 찾아 다니는 게 취미’라는 건축가 남편의 이색 취미도 한몫을 했다. 원씨의 터잡기에는 산 자락은 끼고 있나, 절묘한 곳에 위치하나 등 몇 가지 기준이 등장하는데, 이곳이 그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시킨 집이다. 한눈에 반해 퇴근 후 내리 일주일을 찾았을 정도.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은 두 말할 것 없이 인왕산을 내집 정원처럼 만끽할 수 있다는 점이다.
![]() |
▲ 차가운 금속이었을 손잡이 자리에 모양도 색깔도 각기 다른 나뭇가지가 가지런히 꽂혀있다. 산에는 부부가 필요로 하는 재료가 가득하다. |
가구부터 냄비 손잡이까지 모두 자연 그대로
부부의 자연친화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집안을 채운 물건 또한 대부분 자연 그 자체. 이 집엔 사연 없는 것이 없다. 거실과 주방 절반 이상을 채운 나무 벽면은 한때 어디선가 맹활약을 펼쳤을 화약상자가, 부부에게 겨울 한낮의 따사로움을 전해주는 난로는 힘껏 불을 떼다 길가에 버려졌던 기름보일러가, 하나의 예술품 같은 화장실 세면대는 신나게 곡식을 빻았던 돌절구가 원씨의 손을 거쳐 새로이 변신한 모습들이다.
![]() |
▲ 1. 카메라를 들이대자 등나무 의자에 펄쩍 뛰어오른 응삼이와 누렁이. 선반과 체인으로 꾸민 수납장이 독특하다. 2.공간마다 수납에 신경 쓴 점이 돋보인다. 하얀색 문을 열면 작은 화장실 겸 욕실 공간이 펼쳐진다. |
하드웨어뿐만 아니다. 살림살이들도 ‘자연’으로 바뀐 지 오래. “나도 모르게 어느 날 보면 바뀌어 있더라”는 송씨의 말처럼 냉장고 손잡이부터 냄비 손잡이, 포크와 칼 손잡이, 수납장 손잡이까지 집안의 모든 손잡이는 여기저기서 주워온 나뭇가지로 바뀐 지 오래다. 이 집에선 오히려 새것을 찾기란 쉽지 않다. 송씨가 시집올 때 유일하게 해왔다는 세탁기가 제일 신참이겠다. 모두가 한껏 세월을 머금고 있으니, 이 집의 나이는 셀래야 셀 수가 없다.
![]() |
▲ ㄷ자형 주방엔 화약상자를 이용한 수납함이 가득하다. 푸드코디네이터로 활동하는 아내를 위한 남편 원씨의 배려다. |
안팎이 자연으로 돌돌 뭉쳐있으니, 이들 부부를 부러워하는 이웃이나 친구들도 많다. 종종 파티공간으로 집을 내주는 일도 벌어진다. 하루 이틀이 아니고 부부처럼 이곳에서 몇 년이고 살 작정이라면 어느 정도의 용기가 필요하다. 칠흙 같은 어두운 밤의 고요함과, 장마철 바로 옆 개울가에서 콸콸 흐르는 물소리, 겨울이면 아랫동네보다 평균 -2℃ 낮은 추위까지… 자연이 주는 또 다른 혜택을 감수할 용기가 있다면 말이다